남편의 수고 내 결혼생활








남편의 본사 발령 건이 울산 전무님 때문에 며칠 미뤄지는 바람에 오늘(7/3) 부로 본사 출근을 하게 되었다. 그래서 어제 밤 9시에 집에서 출발. 울산에서 서울까지.



한 번은 차를 가지고 올라가야 하는데 그 것이 어제였던거지. 조금 일찍 퇴근할 수 있기를 그렇게 바랬건만 저녁 7시가 다 되어서야 나올 수 있었고 집에 와서 저녁 같이 먹고 짐 챙겨서 올려 보냈다. 어제 아침 출근도 몇 시간 못 자고 새벽 같이 했었는데.



9시에 그렇게 오빠 서울로 출발하고 난 12시쯤 잠든 모양이었다. 눈 떠보니 오늘 새벽 5시 반. 폰부터 확인했는데 도착했다는 소식이 없어서 어떻게 된거지, 하고 있는 참에 연락이 왔다. 6시가 다 되었는데 이제 도착했다고. 안 쉬고 가도 다섯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니... 너무 졸려서 휴게소에서 자다가 이제 도착한 것이라 했다.



그리고 한 시간쯤 지나 아침 7시, 출근하고 있다고 했다.



거의 밤을 새고 출근한 셈이다. 이 정도 거리의 발령을 냈으면 전 날 조금 일찍 퇴근시켜주면 안 되는가? 괜히 오빠 회사에 원망의 화살을 쏘아 보내본다.



그래도 오늘은 좀 일찍 퇴근하나했는데 저녁 8시가 되도록 아직 식사를 못 했다고 그러더니 조금 전 밤 12시가 다 되어 연락이 왔다. 늦게까지 밥 못 먹고 있다가 팀장과 함께 소주, 맥주 해서 밥 먹고 이제 택시 탔다고. 늦어서 본가에는 못 가고 발령 건으로 보름 간 회사에서 지원된 호텔로 체크인해서 자려 한다고.



방에 들어가서는 하는 소리가, 내가 오면 진짜 좋아하겠단다. 침대도 좋고 야경도 좋고 시설도 좋고 블라블라. 그러면서 동영상 찍어보내겠다하더니 잘 안 되었는지 방 사진을 찍어서 20장이나 보낸다.



연애 때, 갑자기 오빠가 베트남 파견가서 몇 달 보냈을 때도 그랬었다. 서로 같이 있지 못 하니 사람 마음에 얼마나 궁금하고 보고싶고 또 불안할까. 그리고 못나게도 또 여자 마음에 괜한 걱정까지도. 그 것을 헤아렸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때도 시시때때로 사진을 찍어 보내줬더랬다. 숙소 사진, 먹은 것 사진, 회식 때 사진, 시내 구경 중이라며 찍은 사진... 나도 그럼 해줘야겠다, 싶어서 오빠 따라 내 일상 사진을 보내 보려 했었는데 단 한 번도 보내주지 못 했다. 생각처럼 잘 안 되더라.



지금도 난 만삭 임산부고 난 울산, 오빠는 서울로 떨어져있고 오빠가 지극히 피곤한 상태이며 술까지 마셨고 밖에서 자는 상황.



...오빠가 변함없이 저리 해 주는 것이 고맙다. 밤을 세어 직접 운전해서 가서 풀 근무에 술까지 마셨으니 얼마나 피곤할까. 나라면 옷도 안 벗고 자고 싶을텐데. 성격이 원래 세심? 그런 것은 잘 모르겠고, 혹여 내가 걱정할까봐 먼저 미리 알아서 저렇게 해 주는 것이 단지 배려 넘친다는 말로는 부족하게 감사하다. 그래서 난 오빠 베트남에 있을 때도 떨어져있다고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. 지금도 떨어져있지만 마음이 불안하거나 걱정 되지 않는다. 그저 저 벗어놓은 구두를 바로 놓아주고, 대충 걸어놓은 바지를 정리해 주고 싶을 뿐.



가장이니까. 회사원으로서의 당연한 남편의 수고라고 해야할지 오빠의 변함 없는 다정함이라 해야할지 모르겠으나 한 가지, 이 남자는 참 변하지 않는다는 것. 변하지 않았다는 것. 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.







창에 비친 남편 모습. 보고싶다.











...술도 마셨겠다, 드르렁 코를 골고 있을지 숨 소리 하나 안 내고 깊은 잠에 빠져있을지. 글쎄, 그냥 옆에 있고 싶다. 곁에서 머리 한 번 쓰다듬어주고 싶다. 혹시 끄지 못 한 전등이 있다면 불도 꺼 주고 이불도 한 번 잘 덮어주어 내 남편, 토닥토닥 보듬고 싶다.


덧글

  • 코스모 2014/07/04 08:39 #

    감동이예요 =) 진짜 사람이 한결같을 수 있다는 건 대단한 거죠 암요 -
    그 와중에 남편분의 각진 어깨가 눈에 띄네요 몸매가 탄탄해 보이셔요 ㅋㅋㅋ
  • 청순한 크릴새우 2014/07/04 11:59 #

    으잌ㅋㅋㅋㅋ 코스모님 눈매가 매와, 매와 ㅋㅋㅋㅋㅋ 어깨는 (뼈니까) 딱딱한데 그 아래로는 두부예요. 두부 살... 그 것도 부침용 아니고 찌개용이랍니다. 그래도 저에게는좋지만 ㅎㅎㅎㅎㅎ
  • 2014/07/04 12:09 # 비공개

    비공개 답글입니다.
  • 2014/07/04 13:04 # 비공개

    비공개 답글입니다.
  • 2014/07/04 18:10 # 비공개

    비공개 답글입니다.
  • 혜진 2014/07/04 10:17 #

    와- 정말로요. 감동이예요.
  • 청순한 크릴새우 2014/07/04 12:08 #

    ㅎㅎㅎ 연애 1년, 결혼하고 1년 반. 저는 이제 (사납고 드세고 난폭한) 본색을 있는대로 다 드러냈는데 말입죠. 남편이라는 사람은 참 같더라구요. 그래도 아직은 더 살아봐야 알 일? ㅎㅎㅎㅎㅎ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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